런던 근교 외딴 별장에 벌거벗은 수십 명의 젊은 남녀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얼이 빠진 표정이다-가 반나체 차림으로 기독교의 방언과 비슷한 주문을 내뱉고 있다.


우랄랄라 나라랄라 바르룰라 라하발라...”


그들 앞에 우뚝 서 있는 카엘은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어 강력한 최면을 걸고 있다. 혼신의 힘을 다 하는 듯 카엘의 두 팔에는 금세 터져 버릴 듯 굵은 심줄이 살아서 꿈틀거렸다.


이제 신체의 모든 근육을 풀어 긴장을 없애려고 한다. 내가 깊게 천천히 숨을 쉬는 데 따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의 모든 근육이 하나씩 풀린다. 이제 내 전신의 근육이 편안하게 풀려 천천히 녹아내린다. 나는 한 마리 나비요, 한 마리 고양이다. 길게 똬리를 튼 미끈한 뱀이다. 나무를 타고 오르는 덩굴처럼 서로 몸을 휘감아 하나가 된다.”


카엘의 주문에 따라 나체의 남녀가 서로 뒤엉켰다. 녹아버릴 듯이 흐물흐물해진 몸뚱이들이 뒤엉켜 인도의 유적지 카주라호에 있는 나가라 양식의 에로틱한 조각상을 연상시켰다. 남녀가 여러 형태로 교접을 하고 있는 모습의 조각들과 이들은 거의 흡사했다.


나는 진흙이고 또 모래다. 물이며 거품이다. 깊고 깊은 블랙홀 속으로 나는 빠져든다. 나는 삶이요, 또 죽음이다. 거친 들판을 달리는 한 마리 말이며 갈기를 휘날리는 바람이다. 나는 우주 속의 작은 먼지며 입자다.”


카엘은 손을 둥글게 휘저으며 주문을 계속했는데. 그의 손동작은 노련한 마술사처럼 아주 현란하게 움직였다.


나는 살아있되 죽었고, 우주를 넘나드는 작은 돌기며 거대한 회오리다. 나의 몸은 가루며 또한 거대한 바위다. 나는 내 속에 있고, 그 속에 또 내가 있다. 그 속에 있는 내가 바로 우주다.”


수 십 명의 남녀가 각기 다양한 체위로 성교를 하기 시작했고,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와 질퍽한 신음들이 마구잡이로 흘러나왔다. 튀어나올 듯이 부릅뜬 눈은 초점이 하나도 없이 멍하다. 반쯤 벌린 입에선 침이 줄줄 흐르고, 몸의 모든 심줄이 튀어나올 듯 불끈 솟아올랐다.


소리를 지른다. 우아! 우아! 나의 조상이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나 울부짖던 그 소리를 마음껏 내지른다. 지금 나의 모습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것이다. 내가 처음 태어나던 그때의 모습으로 나를 보낸다. 기뻐하라. 이제 진정한 우주의 기를 받아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우아! 우아!”


남녀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서로 상대를 바꿔 뒤얽혔다. 그들의 몸은 이미 정액과 애액과 침과 땀이 뒤범벅된 바닥을 뒹굴 뿐이었다. 이성을 상실한 인간의 육체란 그저 욕망이라는 본능의 포로였다.


심상치 않은 검은 구름이 비릿한 바람을 몰고 그들 사이를 휘감고 있었다. 물을 한껏 빨아들인 스펀지처럼 바람은 아주 무겁고 음산했다. 피보다 더 비릿한 냄새가 아래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장편소설 > THE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THE DAY 40  (0) 2018.06.21
소설) THE DAY 40  (0) 2018.06.13
소설) THE DAY 39  (0) 2018.06.06
소설) THE DAY 38  (0) 2018.05.30
소설) THE DAY 37  (0) 2018.05.22
소설) THE DAY 36  (0) 2018.05.16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