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법사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앉아 있다. 챙이 만든 깊고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애써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는 노법사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여기저기 일그러지고 뭉개진 살과 그리고 그런 살보다 더 많은 고통을 안고 있는 노법사의 심중을 들여다본다.


"제가 어떻게 용서를 빌더라도 선생께서 화가 풀리지 않으시리라는 것을 압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직접 찾아뵙고 사과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서 이렇게 흉악한 몰골이나마 들고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게 된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노법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했다.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모자의 챙이 만든 그늘 속에 노법사의 눈이 감겨있는 것을 나는 보고 있다. 남기는 내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이것저것 아무거나 빼내서 대충 훑어보고 다시 제자리에 꽂는 일을 계속한다. 그저 하릴없이 도서관에 들린 사람처럼 책을 뒤적이는 짓만 거듭했다. 제민은 구석자리에 앉아 무엇인가를 계속 다이어리에 적고 있었다. 계속 빠르게, 그러다가 가끔 펜을 멈추고 생각났다는 듯이 다시 적기 시작한다.


한 사람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책을 대여하러 도서관을 찾은 사람처럼 책을 뒤적거리고, 다른 한 사람은 정신없이 무언가를 적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 그것만 보면 정말 얼마나 평온한 풍경이랴! 겉모습으로만 보면, 이처럼 조용하고 한적한 풍경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들을 직시하고 있다. 피하듯 딴청을 부리고 있는 그들 내심의 걷잡을 수 없는 격랑을.


느닷없이 괴청년들에게 얻어맞고 쓰러져 있는 나를 발견한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나를 병원에 입원시켰고, 나는 정신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경찰이 묻는 말에 모두 사실대로 말해 버렸던 것이다.


경찰은 그렇지 않아도 눈에 가시처럼 여기던 해바라기 모임과 범일교단을 이 기회에 아주 결딴내려는 듯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 미리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듯이 경찰은 관련자들을 마구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경찰의 요구대로 김난숙과 조수훈을 폭행을 사주했다는 명목으로 고소했고, 난숙과 조수훈 목사는 불구속 입건되었다. 물론 경찰이 그 두 단체의 핵심까지 파고들기에는 종교적인 특성 때문에 쉽지 않은지, 수사는 거의 시작단계에서 맴돌고 있었다. 또 나를 폭행했다고 자수한 청년들은 내가 칼을 휴대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그것을 부득이한 자구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자, 경찰도 내가 칼을 휴대한 것은 살해의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호신용에 목적이 있었다고 한 발 물러서며, 그들의 폭행을 과잉방위선에서 처리하려는 철충수단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퇴원한 후, 새로 이사한 집에 입주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위험을 무릅쓰고 노법사가 찾아 온 것이다.


"더 이상 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우선 그것부터 부탁드립니다."


노법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생각의 꼬리를 잡지 못했던 모양인지 긴 침묵을 깨며 노법사는 결론부터 내리고 시작할 작정인 것 같았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지요. 제발 저를 좀 건들지 말라고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저를 자꾸 자극시켜서 당신네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는 말입니까? 저를 그냥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세요."


노법사가 자기 결론을 내리고 시작하겠다면, 나도 내 의견을 내세우고 시작하리라 마음먹었다. 노법사가 칼을 뺀다면 나도 칼로 맞설 것이고, 혀로 공격하겠다면 나도 혀로 막아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선생을 자극할 생각은 전혀 없었소. 우연히 해바라기 모임이 다시 일어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기 동지와 제민 동지의 친분을 이용해서 김난숙 씨와 접촉한 것은 사실이었소. 이렇게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남기 동지가 내게 사실을 말해 주었지요."


"잠깐만... 여기서 제가 노법사님께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노법사께서 난숙이와 저의 관계를 아셨다면 이 일을 도모하지 않으셨다고 장담하실 수 있습니까? 솔직한 노법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 하자, 딴청을 피우고 있던 남기와 제민이 내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노법사의 그림자 진 얼굴 위로 일순 긴장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요. 솔직히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해바라기 모임과의 접근을 시도했을 겁니다. 물론 이번처럼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고, 선생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했을 것입니다."


"솔직하셔서 마음에 듭니다. 그렇다면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거기서 손을 떼세요. 이젠 난숙이도 노법사님도 용서할 수 없군요. 지금 이 순간, 저는 분노밖에 남아 있지 않아요. 지금껏 남들과 가능하면 부딪치지 않고 살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법사님과는 자꾸 부딪치게 되는군요."


"선생, 모든 일은 대국적인..."


"그만 두세요. 당신들이 내세우는 그 대국적이니 거국적이니 하는 구호는 이제 신물이 나요. 큰 것을 위해서 작은 것을 희생하라고요? 당신들은 얼마나 큽니까? 내가 볼 때는 당신들이나 사지가 절단된 채 거리를 기어 다니며 물건을 파는 불구자나 다 똑 같아 보입니다. 당신들이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배웠습니까? 당신들이 그들보다 조금 더 강합니까? 당신이 배웠으면 얼마나 배웠고 또 강하면 얼마나 강합니까? 해바라기 모임에서 말하는 그 우주, 광대무변하고 무량한 저 우주에서 내려다 볼 때, 당신은 한강 백사장에 나뒹구는 모래알보다도 더 작고 하찮은 존재입니다. 우주라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때,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하찮은 것들이 누가 더 잘 났고 누가 더 크다고 우열을 가린다는 말입니까? 당신이 나보고 너는 소()니까, ()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당신과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입니다. 노법사님이 말씀하셨죠. 누구든 남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요.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남의 뒤통수나 치는 행위는 무엇입니까?"


나는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모두 내뱉었다. 그것은 노법사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그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고 속 시원하게 떠들어 버리고 싶은 까닭에서였다.


", 말이 너무 심하잖아!"


발끈하고 성질을 부리고 나선 것은 남기였다. 나는 남기를 쳐다보았다. 아니,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래도 제가 모시고 있는 분이 제 또래의 젊은 놈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던지 성질부터 냈다.


"이런 모든 생각이 네 머리로부터 나왔냐? 난숙이 양희나 초혜를 끌어들이려고 했을 리는 없을 거고, 그렇다고 애들과 친하지도 않은 제민이가 그랬을 리는 없고, 내가 생각 할 때는 네놈이 제일 심증이 가는데..."


나는 남기의 눈을 마주 쳐다보며 남기의 가슴에 칼을 찔러 넣듯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찔러 넣었다. 남기는 급기야 내 눈을 외면했다.


"언젠가 네가 말했었지? 그리고 네가 직접 들었었지? 죽음을 사주하고 죽음을 사주당하는 것에 대해. 너 또한 그런 것에 대해 분노했었지. 하지만 이게 뭐냐? 아이들을 빼돌리면 내가 가게 문을 닫을 것이고, 그래서 내가 화가 나서 난숙을 찾아가서 따질 것이고, 그러다가 다시 예전처럼 난숙이한테 빠져 그녀와 다시 시작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서서히 해바라기 모임 일에 관계되면서 형이 하던 일을 내가 다시 맡게 될 것이다. 이게 네 녀석이 구상한 시나리오 아니냐? 그리고 너희들은 뒤에서 난숙이나 조정하면서 나를 이용하겠다는 것 아냐? 어때 내 말이 순전히 내 상상에 불과한 것이냐? 친구를 불신하는 내 머리가 꾸며낸 어처구니없는 작품이라고 왜 말 못하냐?"


세영에게 양희를 만나게 해 주겠다고 유인한 것은 남기였다. 세영은 단지 친언니처럼 따르던 양희를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가 알면 말릴 것이 분명하므로 남기에게 이끌려 몰래 해바라기 모임을 찾았고, 거기서 그만 난숙에게 설득을 당해 모임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나는 세영이 내게 말해 준 것을 토대로 남기가 양희나 초혜를 그렇게 포섭해 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 뒤의 이야기는 내 상상이 낳은 추측에 불과했다.


"그것은 지나친 억측이야. 너를 끌어들이고 싶은 생각은 정말 간절했어. 사실 너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어. 한때 너와 나는 죽음까지 각오하고서 투쟁했었잖아? 나는 네가 어떤 놈인지 잘 알아. 지금은 이렇게 조용히 살고 있지만, 불만 붙여주면 누구보다도 더 잘 타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놈이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나는 네 주위를 맴돌며 항상 너를 타오르게 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 하지만 너는 용암분출을 멈춰버린 휴화산처럼 꼼짝을 안했어. 사실 나는 조급했어. 그래서 편법을 쓰기로 했어. 아이들을 이용하기로 한 거야. 그녀들을 해바라기 모임에 끌어들여서 모두 회원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너도 그 분위기에 휩쓸리게 하자. 특히 양희나 세영이 가게 일을 계속하며 자연스럽게 너와 난숙을 다시 이어주게 하는 다리가 되게 하자. 하지만 내 생각에는 예기치 못한 허점이 많았어. 한 번 네 가게를 나온 아이들은 다시 돌아가기를 두려워했어. 모임에 너무 빠져 들었던 거야. 나 또한 그렇게 쉽게 빠져들 줄은 몰랐던 거고. 아이들이 오히려 해바라기 모임 일에 흥미를 느끼며 거기에 매달리는 거야. 내 생각에 오류가 있었던 거지. 결코 네 가게를 망하게 하거나 너를 네 형이 하던 일을 대신하게 하려는 목적은 아니었어. 네가 서서히 해바라기 모임을 통해 다시 우리와 같이 일하게 되길 바랐을 뿐이야."


나는 속으로 웃었다. 남기가 뻔뻔하게 자기변명을 하는 것이 너무 우스워서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그럼, 한 가지 더 물어보자. 왜 윤도 형과 재우를 만나게 해 주었지? 무슨 목적으로? 무엇 때문에?"


나는 다시 혀의 칼을 들어 남기의 심장을 겨누었다.


"뭐라고? 내가 네 형과 재우를 만나게 해 주었다고? 재우가 그렇게 얘기하대?"


나는 녀석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까지는 미리 대답을 준비하지 못했겠지. 어서 머리를 굴려 보렴. 거짓말을 생각해 내 봐. 어디 네 머리가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는지, 내가 지켜봐 줄 테니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속으로 지껄였다. 녀석은 내가 재우를 면회한 줄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재우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기는 생각할 것이다. 내가 재우가 만났을 리 없고, 또 설사 만났다고 하더라도 재우가 내게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을. 검찰조사에서도 우연히 만났다고 완고하게 버틴 부분을 그에게 얘기했을 리가 없다고, 남기는 확신할 것이다.


그것을 어디서 들었을까? 남기는 주위의 인물을 떠올리다가 아무도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 그것은 윤도 형뿐이니까. 남기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가장한다. 그리고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다. 비로소 남기의 입 꼬리가 조금 올라간다.


", 정말 어떻게 된 거 아냐? 처음에는 거사님을 비난하더니 이제 나를..."


나는 남기의 어설픈 연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조소(嘲笑)를 머금는다. 형은 정말로 뛰어난 연극배우였지. 너처럼 어색하거나 우스꽝스럽지 않았다고. 관객들 모두를 울리고 웃길 수 있는 진정한 광대였지. 형은 어쩌면 자기 뜻대로 정말 훌륭한 연극배우가 될 수 있었을 거야. 형의 연기는 너처럼 겉으로 분칠을 한 어릿광대의 연기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고통과 번민을 쏟아 부어 혼신으로 살다간 삶, 그 자체가 연기였으니까.


남기는 내가 지광태를 면회한 줄은 모른다. 설사 내가 지광태를 만났다고 생각해도 지광태가 그 같은 비밀을 내게 말해 주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박윤도의 목을 조르다가 결국 손을 놓고 말자. 박 윤도는 켁켁거리며 넋을 잃고 중얼대더군. '남기 녀석만 만나지 않았다면, 현수가 친구 남기만 만나지 않았어도...'라고 말이야. 처음에는 남기 어쩌고, 하기에 무슨 기생을 말하는지 알았는데, 자네 이름을 말하며 친구라고 하기에 남기라는 놈이 자네 친구의 이름인 것을 알았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 남기라는 친구가 이번 일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걸."


지광태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형을 살해하는 얘기를 하다가 불쑥 그런 말을 했었다. 그래서 이번 일에는 어느 정도 남기의 계략이 숨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경찰조사를 받을 때에도 수사관은 내게 형과 재우가 만나게 된 그 우연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의문을 토로해 왔지 않은가!


"네가 아무리 아니라 해도 네 양심은 못 속이지. 너는 수단이나 방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인데, 그게 바로 재우의 방식이라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재우로부터 사주를 받았다고 왜 속 시원하게 못 털어놓는 거냐? 네가 온 세상을 다 속일 수는 있을지라도 네 자신만을 속일 수 없을 거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미쳤니? 지금 탐정 놀이라도 하자는 거냐?"


남기는 펄쩍 뛰며 부인한다. 나는 이런 인물은 좀처럼 수긍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명확한 증거가 있는 데도 막무가내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기는 함정에 걸려들었노라고 호소한다. 치열하게 버티며 자기는 뒤로 숨는다. 결코 굴복시킬 수가 없다. 한 가지 거짓말이 탄로 나면 그 거짓말을 은폐하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결국은 자기도 그 거짓말에 속고 만다.


"너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어떻게 꾸며낼 수가 있니? 넌 네가 천재라도 되는 줄 아니?"


나는 이제 그에게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다. 꽃다발이라고 던져 주고 싶다. 이 정도면 대단한 연기라고, 최우수 남우 주연상감이라고 달려가 끌어안아 주고 싶다.


"좋아 그만 하지. 이제 와서 그걸 밝혀서 무슨 소용이 있겠니. 너보고 원래대로 원상 복귀시키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양희와 초혜를 데리고 가게를 하고 있던 그 순간으로 나를 되돌려 주길 바란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나도 가만있지는 않겠다. 또 노법사님께도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내 주변에서 얼쩡거리지 마시오. 당신뿐 아니라 당신 졸개들도. 이건 마지막 경고일 수도 있소. 당신네들이 왕국을 세우든, 성을 쌓든, 개집을 짓든, 당신들끼리 하란 말이오. 당신들이 나를 비겁자라 욕해도 좋고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라 지칭해도 좋소. 내 요구조건은 그것이오. 그리고 내 주변에서 멀리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소."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여기 있는 동지들과 의논해서 선생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지요."


역시 노법사는 현명했다. 내가 워낙 완강하게 나오니까 한 발 물러설 줄도 아는 것이다. 하지만 노법사는 또 틈을 봐서 내게 접근 해 올 것이다. 노법사는 능수능란한 지략가인 것이다.


"수용은 필요 없고. 조만간에 내 의견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모든 것을 폭로하겠소. 협박이라고 생각해도 좋소. 더 이상 나도 당하고만 있지 않을 테니까."


이제 나도 능구렁이가 될 생각이었다. 저들이 능구렁이가 된다면. 어차피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으니까.


멍하니 서로 얼굴만 쳐다보던 세 사람은 노법사가 몸을 일으키자 따라서 일어섰다. 나는 패배감에 젖어 있는 그들에게 끝내 참았던 말을 하고 말았다.


"참된 자는 큰 길을 걷는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인들 골목길이며 지름길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있겠습니까? 또 길이 아니라면 가지를 말라고 했습니다. 노법사님께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지요.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과는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마련입니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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